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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빈대는 1930∼1940년대 우리나라에 활발하게 서식하다 온돌 문화와 강력한 살충제인 디디티(DDT) 사용 등으로 1970년 이후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그랬던 빈대가 2023년 다시 돌아왔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났을까?
“100% 해외에서 유입되었다고 봅니다. 코로나 때 해외여행이 줄고 없다가 여행객이 늘면서 가방이나 옷 등에 묻어 빈대가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개체가 정확히 어디서 유입됐는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양 교수는 해외 1990년대 말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디디티(DDT) 등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새로운 개체가 생겨났고, 그러한 개체가 국내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렇게 유입된 빈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다.
“빈대가 질병을 전파하지는 않지만, 흡혈로 인해 수면방해와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손, 목, 다리 등 노출된 부위를 주로 물고 흡혈 양이 많으면 빈혈이나 고열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빈대 퇴치를 위해 알아야 할 건 빈대의 습성이다. 'bedbug'이라는 영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침대 주변에 숨었다가 밤에 나와 침대에서 자는 사람을 문다.
피가 잘 나오는 곳을 찾을 때까지 여러 번 물어 뜯는다. 이런 이유로 직선 형태로 여러 군데 물린 자국이 생긴다.
빈대, 직접 키워봤습니다...머릿니, 바퀴벌레도 포함이요
실제 빈대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마침 양 교수는 가지고 있던 빈대 샘플을 보여줬다. 쌀알 크기의 8마리 빈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직접 키우냐고 물었더니 빈대뿐이 아니란다.
“바퀴벌레도 키우고, 머릿니도 키웠습니다. 주말이 되면 집에 가져갔다가 다시 연구실로 가져가는 거죠. 한 번은 바퀴벌레가 집에 퍼져서 잡느라 고생 좀 했고요. 머릿니는 24시간만 굶어도 아사하기 때문에 키우기 쉽지 않은데, 사육법을 찾다가 결국 제 팔에서 키웠어요. 테니스 아대를 차고 그 안에 머릿니를 키웠죠.” 그렇게 3년간 머릿니에게 피를 나눠주며 사육했다. 여름에는 반팔을 입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다리로 옮겨 키우기도 했다.
애지중지 키운 해충들은 연구용으로 사용됐다. 그래서인지 집에 빈대가 나타나면 어쩌냐는 질문에 큰 반응이 없다.
오히려 빈대가 더 걱정해야 할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침대 잡으려다 매트리스 태우지 않으려면?
최근 기사에서 ‘침대를 버리지 않고도 빈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본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이 알고 싶어 양 교수에게 물었다.
“우선 침대 주변에서 빈대 흔적이 보일 경우 침대를 벽에서 떼어 놓아야 합니다. 벽에 붙여 놓으면 벽으로 도망가기 때문인데요, 벽에서 떼어놓은 다음엔 진공청소기로 침대 주변을 빨아들이고, 청소기 필터에 가정용 살충제를 분사합니다. 이후에 비닐봉지에 밀봉해서 폐기하면 됩니다.”
가장 강력한 건 스팀다리미를 이용하는 것이다. 스팀다리미로 한 3~5초만 지져도 금방 죽기 때문에 빈대 출현 지점과 빈대 흔적이 있는 곳에 스팀을 이용해 열처리를 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빈대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외 여행 후 여행 가방 등 물품 관리가 중요하다. 먼저 문밖에서 가방을 열고 옷가지는 바로 고온 세탁 처리한다.
화장품이나 물건 틈새에 빈대가 있는지 확인 후 집 안으로 들여야 한다. 여행가방은 커다란 비닐에 넣어두고 가정용 살충제를 뿌린 뒤 며칠 후에 꺼내는 것이 좋다.
“자리 빈 데, 빈대가 있을까 봐” 지하철 자리가 나도 앉지 않는다고?
갑작스런 빈대 출몰로 인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규조토 가루를 뿌리면 말라 죽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규조토 가루는 날카로운 입자를 가져서 흡입할 경우 폐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침대에 뿌렸다가 빈대가 아니라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집안의 불을 다 켜 두면 빈 데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빈대의 흡혈 충동을 막지 못하는 한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광소독은 어떨까? 햇볕으로 소독하면 어느 정도 빈대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여름철 땡볕이 아주 강렬하게 내리쬘 때 적어도 다섯 시간 이상 쬐게 되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는 아무리 햇볕에 내놓더라도 햇볕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 박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때 대중교통을 통해 빈대가 증식, 전파된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빈대 특성상 지하철은 서식하기 힘든 장소입니다. 밤에 흡혈을 해야 하는데 그 시간엔 지하철이 차고지에 있기 때문에 흡혈할 대상이 없는 거죠. 지하철 서식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지하철 내 빈대 신고는 아직까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대중교통 시설 방역 특별대책에 따라 고온의 스팀으로 지하철을 관리 중이다.
또 직물 의자를 단계적으로 빈대가 서식할 수 없는 플라스틱 재질 등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빈대 걱정 제로! 서울시 '대중교통 방역 관리'에도 총력
서울시가 ‘빈대 제로’를 위해 하고 있는 것
최근 서울시는 ‘빈대 제로[ZERO]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빈대의 서식·출현이 빈번하고 방제 관리에 취약한 숙박시설과 쪽방촌 그리고 고시원 등을 집중점검하고, 빈대가 발생할 경우 방제 조치한다.
방제 이후에도 추가 점검을 실시해 빈대가 박멸되었는지 특별 관리한다.
"솔직히 서울시의 선제적인 대처에 놀랐습니다. 안내라던가 관리 지침을 빨리 배포해서 여러모로 혼란을 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K방역의 우수성이 이번에도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시는 시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빈대 정보 웹페이지’를 운영, 빈대에 대한 정보와 발견 시 대응요령을 안내한다. 빈대 발견 시 신고할 수 있는 신고센터도 11월 8일부터 운영 중이다.
신고센터로 연락하면 빈대가 맞는지 확인 후 가정에서 빈대 처리 방법을 알려주고 전문 방제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빈대가 우리 일상에 빈대 붙지 않도록
빈대에 대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초기 대응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살충제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다.양 교수는 이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
"세상에 안전한 살충제는 없습니다. 살충제는 예방대책이 아니므로 오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빈대 발견 시 물리적인 방제를 먼저 실시하고 살충제는 마지막으로 적은 양을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빈대가 많이 퍼졌다 싶으면 업체를 부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방역업체에서는 방역복을 입고 살충제를 뿌리지만 집에서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이쯤되면 애증의 빈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죽이고 싶어도 쉽게 죽일 수 없고, 그렇다고 살충제를 과하게 쓰면 오히려 사람 잡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서울시가 빈대 제로를 위한 선제적 방제 조치를 이어 가고, 숙박업소 등에서도 자율적 위생 관리에 나선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빈대로 인한 피해와 걱정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빈대가 우리 일상에 빈대 붙지 않도록 좀 더 꼼꼼히 살피고 관리하는 일이 아닐까.
빈대 관련 신고·문의처
누리집 문의 : 자치구 보건소 또는 다산콜센터 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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