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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동네 가로수들도 알록달록 물들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단풍철을 맞아 산으로 들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시기, 부담 없이 여유롭게 만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 동북권의 대표적인 공원인 서울창포원은 가을철이면 단풍이 드는 숨겨진 단풍 명소이다. 다른 유명한 공원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적으면서도, 붉고 노랗게 물드는 수목들이 많아서 가을 소풍을 떠나기에 제격인 곳이다.
서울창포원은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에 찾아가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역 입구에서부터 삼삼오오 모여 서울창포원으로 향하는 일행을 만나 가볍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주부 김 모 씨는 "교회 사람들과 함께 놀러 왔어요.
서울창포원은 예전에도 왔던 곳인데 가을철에 특히 볼만하다고 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예쁜 사진을 많이 찍을 예정이에요."라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옆에 있던 주부 이 모 씨 역시 "저는 여기 근처에 살아요. 단풍놀이를 하러 멀리 갈 필요가 없지요. 그저께도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서울창포원은 도봉산역과 맞닿은 입구에서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부들원 ▴소나무언덕 ▴습지원 ▴붓꽃원 ▴꽃창포원 ▴책 읽는 언덕 ▴원형광장 ▴억새원 ▴소나무군락 ▴수변식물원 ▴잔디마당 ▴늘푸름원 ▴숲속쉼터가 차례로 들어서 있다.
식물원에서 노원구 방향으로는 수락산, 도봉구 쪽으로는 도봉산이 펼쳐져 있어 마치 병풍으로 두른 듯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날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부채붓꽃, 타래붓꽃, 노랑붓꽃, 각시붓꽃 등 130종 30만 본의 붓꽃류가 식재된 붓꽃원이었다.
아쉽게도 개화기(5~6월)가 지나 '붓꽃'의 붓모양 꽃봉오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꽃물처럼 붉게 물든 설탕단풍나무 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설탕단풍나무는 북미 북동부 쪽에 주로 분포하고 다 자라면 높이가 무려 40m나 되는 나무이다. 고로쇠나무처럼 봄에 수액을 채취하여 '메이플시럽'을 만들기에 '설탕단풍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서울 근교에서 설탕단풍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서울창포원을 비롯하여 동국대학교, 푸른수목원, 서울대 관악수목원 정도이다.
서울창포원에는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곳곳에 키 작은 단풍나무들이 정답게 서 있어서 눈길을 끈다.
아기손 모양을 닮은 새빨간 단풍나무 잎새를 보노라면 마음까지 물드는 듯하다. 단풍나무 외에도 가을철이 되면 잎의 색이 변하는 수목들이 많다.
덕분에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등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져 나뒹구는 잎들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서울창포원의 가을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하는 것은 억새원이다.
이곳에선 작별할 때 흔드는 손 모양 같은 참억새, 삽살개 털처럼 보이는 물억새, 난과 헷갈리게 비슷한 무늬억새 등 21종의 식물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바람결에 이리저리 눕는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잔잔한 행복감이 묻어난다.서울창포원에 오면 습지원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곳 습지원은 우리나라 하천과 연못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생식물과 수변식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치가 높다. 습지 위에는 산책 데크가 조성되어 있기에 데크를 따라 걸으며 습지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오후 1시경에는 습지 한가운데에 설치된 분수가 작동되면서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물보라를 감상할 수 있다서울창포원은 경사로가 거의 없는 완만한 산책길이 대부분이기에 유아차나 휠체어가 다니기에 좋다.
창포원을 산책하다가 다리가 아프면 곳곳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적재적소에 벤치들이 자리하고 있어 한 번 앉으면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을 정도이다.
방문자센터 건물 내부에는 아담한 카페도 있다. 음료를 마시면서 아름다운 공원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다.창포원 내에 군락을 이룬 코스모스도 가을 운치를 더한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늘거리는 모양새가 무척 아름답다. 이처럼 붓꽃철인 아닌 가을에도 볼거리가 풍성한 서울창포원이다.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 담소를 나누던 동네 어르신들은 “뭐 하러 다리 아프게 산을 올라가. 여기에서 단풍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거지.” 라고 말했다.
한 어르신은 “여기 모과나무도 있잖여. 아까 보니께 낮게 달린 건 죄다 따 갔는지 몇 개 안 남았더구만.”이라고 거들었다.
서울창포원이 이 분들에게는 가을철 명소이자 동네 사랑방이나 다름없어 보였다.서울창포원이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달에만 서울창포원을 세 번 찾았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평일이라는 조건이 작용했겠지만, 풍경이 아름답고 운치 있는 것에 비해 방문객이 적어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은 서울창포원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차공간이 협소한 편이기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주차하는 것이 쉽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을 추천하지만, 차를 가지고 간다면 인근의 다락원체육공원이나 도봉산역환승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의 흐름은 지체가 없어서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서울창포원에서 잊지 못할 가을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서울창포원
○ 위치 :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 916
○ 교통 :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 2번 출구에서 125m
○ 누리집
○ 문의 : 02-954-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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